이성주의 건강편지에서 문지영 스토리에 읽고 울컥함을 느끼게 되는 하루입니다.
신체장애을 가진 부모님이 기초생활보장을 받는 불후한 환경속에서 딸아이가 왕따를 당하면 어떨까 하는 두려움에 피아노 학원에 보냅니다.
피아노에 대한 사랑, 몰입으로 그리고 그 피아노에 미쳤다고 합니다.
집에 와서도 종이그림 피아노위에서 열심히 피아노를 쳤다고 합니다.
중학교때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그만두고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피아노를 연습했다고 하네요.
피아노에 미치지 않았다면 배우는 과정의 어려움에 그만두었을 것이고 불후한 환경을 탓하면서 살아갔을수도 있겠지요.
어린나이에 음악적 깊이를 만들어 내는게 대단하다고 합니다. 모짜르트를 모짜르트 답게 연주하고 베토벤을 베토벤답게 연주하는 실력이라니 한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영화 샤인이 떠올랐습니다.
주인공은 아버지의 엄한 교육밑에서 천재성을 억압당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버지를 떠나서 영국왕립학교에 입학하여 음악수업을 받게 되지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
이 음악은 미치지 않고는 연주할수 없는 아주 어려운 곡이라고 교수가 이야기 합니다.
주인공은 이음악을 연주하고자 마음 먹습니다.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때까지 이 음악을 연주하는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침에 우편물을 가지러 갈때 이너웨어를 입지않고 가는 장면도 나옵니다.
정말로 그 음악연주에 자신을 내던진 거지요. 미친거지요.
그리고 연주회날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멋지게 연주하고 쓰러집니다.
그리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여인을 만나서 자신만의 피아노 솔로 공연을 사람들 앞에서 하면서 끝을 맺습니다.
절박함.
절실함.
자신을 밀어 붙이는 동기가 있어야 몰입하고 미치는것 같습니다.
이러한 절실함을 평범한 일상속에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당신의 미래는 재미있을것입니다.
[ 이성주의 건강편지 : 2012년 8월 13일자 ]
대한민국 국민이 런던의 인간승리에 감동하고 있을 때 독일의 소도시 에틀링엔에서도 감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문지영이 제13회 에틀링엔 국제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고 베렌라이터 특별상을 받았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중국의 랑랑과 우리나라의 손열음을 배출한 권위 있는
대회에서 한국인으로는 2004년 김선욱 이후 8년 만에 1위 수상자가 나온 것입니다.
문지영의 수상이 뜻 깊은 것은 그의 삶이 올림픽 영웅들 못지않게 뜨겁기 때문입니다. 지영이는 전남 여수시에서 가난하게
자랐습니다. 부모님은 신체장애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을 받고 있습니다.
지영이의 부모님은 딸이 6세 때 ‘장애인의 아이’라고 왕따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다가 자신들은 밥을 굶을지언정 딸을 피아노학원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아이는 피아노에 미쳐버렸습니다. 학원에서 몇 시간을
연습하고 집에 와서는 종이에 건반을 그려놓고 ‘음~음~음~’하며 두드렸습니다. 부모는 딸의 여섯 살 생일에 낡은 중고 피아노를 선물했지만 내심
불안했습니다. 이러다가 상처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 아닐까?
딸은 나가는 콩쿠르를 휩쓸었습니다. 초등 6학년 때 선화음악콩쿠르에서 대상을 차지한 덕분에 서울의 명문 선화예중에 우선 입학할
기회가 왔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도저히 입학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영이는 부모님에게 괜찮다고, 부모는 지영에게 미안하다고 서로
다독이면서 속으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요?
지영이는 낮엔 학교 공부를 하고 밤엔 낡은 피아노를 쳤습니다. 코피를 쏟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중학교 입학 1년 뒤 학교를 그만 두고 집에서 공부와 피아노에 매달렸습니다. 검정고시로 교과과정을 마쳤습니다. 집의 피아노는
소리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학원과 교회를 돌아다니며 피아노를 쳤습니다.
그런 노력으로 2009년 4월 폴란드에서 열린 아르투르 루빈슈타인 국제청소년콩쿠르에서 공동 1위를 하더니 그해 8월
한국메세나협의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최한 ‘현대기아차 아트드림 콩쿠르’에서 대상을 차지해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김대진 윤유진 교수에게
배울 기회를 얻었습니다. 한국메세나협의회는 기업이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도록 이끄는 일을 합니다. 지영이는 올해 3월 한예종의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 입학했습니다. 한예종 발전재단 이사회는 4월에 지영에게 실력에 걸맞은 피아노를 사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지영이가
참가한 에틀링엔 콩쿠르는 251명이 지원했고 녹음심사를 통과한 108명이 실력을 겨뤘습니다. 지영이가 1등, 일본과 중국 피아니스트가 2,
3위였고 지영이보다 두 살 많은 우리나라의 또 다른 영재 김명현이 4등을 차지했습니다. 심사위원단은 “문지영의 음악적 상상력은 17세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고 감탄했습니다.
스승인 김대진 교수는 “지영이의 음악에는 어른스러운 깊이가 녹아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넷 클래식음악동호회 ‘슈만과 클라라’의 한
회원(아카키)은 그러께 6월 금호아트홀 영재콘서트에서 지영이의 음악을 들은 느낌을 카페에 올렸습니다.
그 음악애호가는 지영이의 ‘홈스쿨’ 학력이 눈에 들어와 공연장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는 “모차르트를 모차르트답게, 베토벤을
베토벤답게 연주한다”면서 “베토벤의 심각함을 아는 듯하고, (체력적으로도) 정말 강한 아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는 “리사이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환 하나 없었고, 공연 뒤 몸이 불편해 보이는 할머니와 어머니와 함께 있는 모습을 멀리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면서
“환경 때문에 영재의 날개가 꺾이면 안 되는데, 언제까지나 해맑게 웃는 피아니스트가 되었으면 한다”며 포스팅을 마무리했습니다.
지영은 언제나 해맑게 웃을 겁니다. 그에겐 삶에 대한 긍정적 에너지가 있습니다. 마음의 바탕엔 불편한 몸으로 서울과 여수를
오가며 딸을 뒷바라지한 어머니의 사랑이 깔려 있습니다. 어머니는 “부모로서 뒷받침을 제대로 못해 언제나 미안한 마음인데 딸은 한 번도 내색조차
않았다”며 딸을 대견해 했습니다.
지영의 얘기를 전하면서 거꾸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가난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나
확실합니다. 탁월함은 모든 차별을 뛰어넘는다고 했던가요? 꿈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추구하면 그 꿈은 이뤄진다는 사실. 오늘 그것을 보여준 지영
양에게 다시 한 번 축하와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